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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밥에 관한 건.
작성일 : 2009/03/05 작성자 : 전인배(스페인어전공) 조회수 : 3371

 

학교 밥에 관한 건.

 

 

   3년 반 만에 학교를 다니고, 또 그만큼 만에 게시판에 들어와서 간혹 읽기도 하는 학생이다. 또 학교 식당에서 하루 한 끼 이상 꼬박 찾아 먹고, 간혹 소홀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큰 불만은 없다. 대부분과 같이 그래도 이 정도면 하고 넘어 간다. 혹시 글을 읽는 관계자 분들께 (특히 맛있는 밥을 지어 주시는 식당관련) 절대 악감정이 없음을 먼저 말씀드리며, 학생들의 논의 정도로 너그럽게 양해해 주셨으면 한다.
  
  예전에 누가 이런 말을 했다. 수강 신청, 기숙사, 학교 밥, 등록금, 스쿨버스 등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이 문제들만 해결 된다면 학교가 참 좋아질 텐데, 학교는 아예 해결의 의지가 없거나 아니면 무능력하다는 투로 이야기 한 것 같다. 알고도 속는 다 할까. 물론 몇 천 가지 상반된 이해들이 서로 충돌하는 교정에서 모든 요구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숫하게 반복되는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좀 더 기울여야 하는 게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확연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경제를 공부하는 학생인데, 학생 식당 메뉴의 가격 형성에 대해서 할 말이 있을 것 같아 글을 쓴다. 그래도 누군가 말한 ‘불만이면 이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는 아닌 것 같아서다.
  요즘 한 끼 제대로 된 식사를 하려면 3000원에서 3500원 정도, 괜찮은 식사는 4000원 이상 지불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비해 대부분의 메뉴가 2000원에서 2500원 사이에 판매되는 학교 식당은 참 저렴하다. 그런데 이 가격 형성의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학교 식당이 자유 경쟁 구조가 아니라 독과점 형태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기껏 미대 식당이냐, 학생 회관 식당이냐, 인문대 식당이냐, 공대 식당이냐 정도가 차별 된다면, 거리에 따른 이점 외에 경쟁적 전략은 없다시피 하다. 우리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식당 상품에는 맛있는 음식의 질과 다양한 반찬, 편한 식사 환경, 기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는 요구 조건이 반영된 가격이다.
  

  또 상식적으로 일반 가격에서 군소 식당과 대형 식당 간의 비교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데, 식재료를 대량 구매해서 조리할 수 있는 대형 식당은 효율적인 유통 구조로 절감되는 비용을 가격에 반영한다. 학생 식당이란 재학하고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루 한 번 이상 이용하는 엄격한 룰(rule)과 충성도가 지켜지는 곳이라면 이 부분에서 일반 군소 식당과 비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저렴하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그보다 수배의 돈을 지불하고 먹는 고급 레스토랑 음식의 가격 차이는 단순히 재료비만 반영된 것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손익 분계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더 많은 이익을 내느냐 부분 같은데, 이를 위해서 식당주는 운용비용 가운데 일부를 줄이는 선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재료비를 줄일 수가 있는데, 최근 제기 되는 문제들은 대부분 이 부분에 관한 것 같다.
 

  현재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식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 경직 된 상태에서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보다 질 좋은 음식을 찾아 교정 밖으로 이동하거나 주문 전화를 한다고 가정하면 계산하기도 어려울 막대한 비용이 발생 한다. 사실 학교 운영 시간에 발생하는 식사 문제는 재학생들에게 개인별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권고하지 않는 이상, 학교 복지적인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학교에 소속 되었다는 신분 자체로도 저렴한 가격에 대한 일정 부분의 보조금을 분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교는 수요자와 공급자간 즉, 학생과 식당간 발생하는 갈등 사안에 대해서는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구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정도 가격에 그냥 주는 대로 먹어라가 아니라 식당이 더 맛있는 밥을 짓고, 신 메뉴를 개발하는 등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 학생들은 학교라는 구성이 학생과, 직원 분들과, 교수님들과 교정이 각각 별개로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가톨릭대학교라는 공동의 차원에서 이해했으면 한다. 불만이 생길 수도, 싸울 때도 있지만, 각기 다른 부분을 책임지고 역할을 맡을 뿐, 대립 되는 대상들이 아니다. 서로 자리만 바꿔서 공부하고 일하고, 가르치고 있을 뿐이다.

  사회가 능력 있고 잘 난 사람들만으로 구성 되는 게 아닌 것처럼, 대구가톨릭대학교라는 공동체 역시 뛰어난 사람, 부족한 사람, 서툰 사람, 노력하는 사람, 게으른 사람, 재미있는 사람 등등의 총합이다. 주위 친구들이나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공부할 시기, 대학을 다니는 시기가 그렇게 긴 것 같지는 않다. 이 시기를 잘 보냈으면 좋겠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면, 무척 한가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은데, 사실 여러 할 일이 많다. 그런데도 시간을 들여 글 쓰는 이유는 예전과 달리 양과 질적인 면에서 후퇴한 게시판에 대해 안타까움이 없지 않고, 이 곳이 얼마간 광고보다, 수 천 학교의 구성원들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場)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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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총 3개
김대환 전 미대식당에서 라면 먹을려면,, 밥은 안먹어도 무조건 따라온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밥 라면 2000원이더군요.. 전 라면만 먹고 싶은데.. 밥은 어떻게 하라고.... 휴우........답답합니다.. 2009/03/05
안금주 각 식당 사장님들한테 이글 외우게 하고싶네요. 2009/03/05
이기창 이렇게 답글을 쓰고 있으면, 무척 한가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은데, 사실 무척 한가하다. 그래서 몇자 더 적습니다만, 고려대 식당처럼 그냥 밥따로 반찬 종류별로 따로 팔았으면 좋겠습니다. 반찬 하나에, 150원 250원 이렇게 하던데. 잔반도 줄일 뿐더러, 학생측에선 많은 비용을 절감할수 있을것 같네요. 200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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